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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로 향하는 순례자들의 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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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4-27 12:19 조회5,1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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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또 얼마나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밤은 벌써 새운 듯 동편 하늘이 훤해오는 것 같다. 밤이 밝아오는 것을 생각하며 우리의 앞길이 얼마나 되는가를 생각해보니, 마음이 초조하기도 하고 맥이 아주 폭삭 풀리기도 한다. 우리의 몸은 완전히 피곤하여 이제는 더 갈 수 없다고 주저앉기를 권한다.

   "아버지시여, 저희를 목적한 해주까지 가게 하시려나이까, 이 길 위에서 죽게 하시려나이까……".

   노파의 목 메인 기도는 일행의 눈물을 통째로 자아낸다. 그러나 한 청년의 입은 힘 있게 고창한다.

 

결단코 나는 이기려 큰 접전하리니

담대한 용맹 주시사 승전케 하소서

그 승전할 날 이르러 십자가 군병들

개가를 불러 영광을 주께로 돌리리

 

   일동은 목소리를 높이어 할렐루야를 연호하며 더욱더욱 걸음을 채찍질하였다. 날이 다 밝았을 때 우리는 까맣게 높은 고개가 우리 앞에 가로막힌 것을 보았다. ㅡ 학현(鶴峴)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말 기진맥진하였다. 그러나 찬송, 기도, 할렐루야의 손에 끌리어 필경 그 고개 위에까지 올라서게 되었다. 동편 탁 터진 편으로 바다가 보인다. 여기서 서남의 산록을 싸로 돌아 내려가면 해주읍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우리는 정말 몸을 가눌 수가 없고 허리를 세울 수가 없었다. 우리는 또 엎드려 울며 기도 드렸다.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복지 가나안을 눈앞에 놓고 우리를 죽게 하실 하나님이 아니심을 믿는 우리는 두 팔로 땅을 디디고 몸을 일으켰다. 몇 걸음만 더 가면 우리가 그리운 목사님을 뵈올 수가 있고, 목사님을 만나기만 하면 그 은혜 그 사랑에 묻힐 수 있을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용기 백배하였다.

 

   우리는 어느덧 해주 거리에 들어섰다. 그리고 또 해주예배당에까지 이르렀다. 1932년 10월 23일 새벽 6시 40분 사리원을 떠난 지 12시간 만에 170리의 밤길을 걸어서…….

   해주 거리에 들어서면서부터 혹은 눈물을 흘리고 혹은 훌쩍훌쩍 코를 들이마시던 우리는 해주교회 마당에 들어서자 감격의 큰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이때에 나타나는 정답고 낯익은 얼굴, 그는 우리의 목사님이었다. 우리 12인은 목사님을 둘러써고 울고, 목사님은 우리를 둘러보시며 눈물을 흘리신다. 반가움은 목사님이나 우리나 같았겠으나, 목사님은 우리의 고생을 생각하여 우시고, 우리는 목사님의 얼굴색이 너무도 상하였음에 울었던 것이다.

   목사님이 방으로 안내를 하신다. 따라 들어간 우리는 모조리 구석구석에 쓰러졌다. 올 때에는 몰랐는데 와서 쓰러져서 보니 각 사람의 발은 모두가 피투성이다. 목사님은 얼른 나가시더니 멘솔레담 네 개를 사가지고 오신다. 우리의 상하고 험하고 냄새 나는 발을 목사님이 손수 종이로 깨끗이 씻어주시고 또 약을 정성의 묵도와 함께 발라주신다.

   이때에 일행 12명은 목 놓아 통곡하였다. 우리가 울 때 목사님이 우리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를 올리신다. 우리들은 울음 속에서 그 기도에 화하여 엎드려졌다.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시더니 목사님께서 우리를 향하여 책망하신다.

   "글쎄 무얼 하려고 300리 길을 걸어다니며 야단들이오. 숙천에도, 평양에도, 하나님은 다 계신데 말이오."

   우리는 이 말씀에 더 큰 교훈과 위로를 얻었다.

   회고하니 하룻밤에 170리 길을 걸었다. 이는 오직 목사님을 보고 싶은 간절한 열정과 찬송과 기도가 우리를 채찍질한 덕분에 비로서 이 길을 능히 걸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주의 은혜를 사모하여 100리 200리 피 묻은 발로 걷기를 마다않던 우리 선조들의 순수하고도 애절애틋한 발바닥을 본받아, 오늘 우리도 발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주님 가신 길을 따라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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