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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불보다 뜨거운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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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4-18 11:55 조회5,2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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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결 씨로부터

   주님의 보혈의 힘으로 나를 구원해주신 내 구주 이 목사님에게,

   목사님, 무슨 말씀을 먼저 드리리까? 너무도 드릴 말씀이 쌓이고 덮였으매 어떻게 선후를 써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목사님을 떠난 지가 적어도 삼천 년 이상 된 것으로 생각되오며 이 머리에는 목사님의 생각만 진정으로 꼭 들어찼습니다. 그 동안 얼마나 손꼽아가며 눈이 빠지도록 나의 유일의 구주 되시는 경애하옵는 목사님의 편지를 기다렸는지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영 소식이 없으시기에 오늘 아침에는 또다시 편지를 드리려고 펜을 들고 앉았다가 하여간 오늘 9시 반까지만 기다려보자 라고 생각하고 대야에 물을 떠다 발을 씻는데 문밖에서 "편지요" 하는 배달부의 반가운 음성! 너무 반가워서 "예, 뭐요? 어서 주시오" 하며 급히 받으니 평양, 경성, 원산 등지에서 오는 반가운 편지들인데 눈에 띈 첫 편지는 틀림없이 내가 말할 수 없이 바라고 기다리던 나의 유일의 경애하옵는 목사님의 것이겠지요!

   너무도 반갑고 기뻐서 편지 봉투를 뜯던 그 찰나는 참으로 내가 세상에서 받은 어떤 봉투를 뜯을 때에 맛보지 못한 기쁨과 감격이 있었고 내 일생에 아무런 생활이나 일에서 그런 환희와 쾌락을 경험해보지 못하였나이다. 편지를 손에 들고 읽으니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더욱 보고 싶어서 수차를 읽고 또 읽을 때 아버님, 어머님께서 들어오지요. 그래서 목사님에게서 편지가 왔다고 하니까 "응? 목사님이 편지를 하셨어?" 너무 반가워 야단하시면서 "어서 읽어라, 어서 읽어라" 하시기에 시원시원히 읽어 드렸더니 반가워하시고 기뻐하시고 감격해 하시는 모양은 참으로 보기가 황송하였나이다.

   부모님이 이렇게 기뻐하심을 또 처음으로 보았사오매 목사님으로 인하여 효녀 되었음을 또한 감사하나이다. 어머님께서는 어제 밤에 꿈이 퍽 좋기에 목사님에게서 편지 오실 줄 알았다고 하십니다. 너무도 기쁘고 감사하여 목사님의 편지를 받고서는 기도하고 보고, 보고 기도하곤 합니다. 편지의 말씀은 꼭 주님의 말씀이오매 제가 이 편지를 올리는데도 웬일인지 손이 몹시 떨리나이다. 하여간 목사님께 드리는 편지에만은 내 양심을 그려내는 것이니까. 이 글을 보시면 더욱 나의 마음의 전체 내 중심의 전부를 목사님께서 분명히 보실 줄 아나이다. 이제 솔직한 고백으로 이 양심을 가림 없이 사진 찍나이다.

   <중략>

   목사님, 이제는 나를 이 죄악에서, 이 죽음에서 건져내셨으니 목사님은 나의 구주로소이다. 내 구주 되시는 목사님께서 이것을 건져만 주시고 길이 돌보아주시지 않으면 또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사오니 동서를 분별치 못하는 이 어린아이를 끝까지 긍휼과 사랑으로 완전하게 주의 사람 되어 앞서 가시는 내 주님, 목사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사명을 다하는 자 되게 하옵소서.

   나의 주여, 목사님이여, 나는 목사님을 주님으로 믿사오니 주여, 이 몸을 뜻대로 하시사 골고다까지 인도하여주소서.

   '그만 쓰자, 그만 쓰자' 하면서도 이렇게 자꾸만 펜이 가서 이렇게 길게 되었나이다. 이것이 모두 내 중심 내 진심에서 폭발된 것이오니 용서하시고 보아주시옵소서.


   오 주여, 감사합니다. 주님, 주님, 다시금 감사의 노래가 터져나옵나이다.


   만 입이 내게 있으면 그 입 다 가지고

   내 받은 주의 은혜를 늘 찬송하겠네

1932년 9월 25일 밤 사과 밭에서

안성결 올림

 

 

   이용도의 편지가 오자 안성결만 아니라 그녀의 양친께서도 "너무 반가워 야단"하시며 편지를 읽어달라 재촉했다. 이용도의 편지가 바울의 서신처럼 돌려 읽힘을 알 수 있다. 편지는 이들에게 반가움과 기쁨과 감격이 되었는데, 안성결은 부모님의 그런 모습을 "감히 보기 황송"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기뻐하시는 것은 그녀의 이십 평생에 처음 본 것이었다. 그분들도 이용도를 열렬히 사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그녀의 아버지는 안치호 장로로 도산 안창호의 큰형님이시다.

   관찰력이 비범한 이용도는 안성결이 무엇보다 열정의 사람임을 알아챘다. 그런데 이 열정이 올바른 자리에서 발휘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1932년 10월 이호빈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녀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어린 그녀는 8년씩이나 암울한 고질병을 앓고 있었다. 깊은 고통과 절망을 그림자처럼 달고 살던 중 독약도 먹었으나 죽지 못했다. 그러나 이용도의 부흥회에서 영의 신생과 육의 고침을 받았다. 이후부터 그녀의 열정이 ㅡ 그 이름대로 ㅡ 매우 성결한 삶에의 열정으로 발휘되기 시작한다. 그 열정은 "주님"이라는 아뜩한 단어를 쓰는 것까지도 망설임이 없을 정도로 열렬했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여인임이 드러난다.

   그녀는 1935년 가출옥하신 도산 선생이 대보산 송태산장에 머무는 동안 1937년 투옥되시기까지 뒷바라지를 했다. 도산께서 소천하시고, 전쟁이 터지자 처녀의 몸으로 홀로 월남하여 2006년 별세하실 때까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도산의 가르침을 전파하였다.

   안성결이 대보산에서 도산을 모시고 있을 때, 도산은 어느 날 남한 전체를 돌아보고 오신 후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얘, 성결아. 내가 이번에 이용도 목사를 알게 되었다. 그 분은 참으로 훌륭하신 목사였는데 너를 참으로 사랑하였다고 하시더구나. 내가 그의 말을 들어보니, 그가 서양에서 태어났으면 성자(聖者)라고 불릴울만한 인물이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사람이 좋다고 하다가도 그가 자기보다 나은 것같이 보이면 그때부터는 헐뜯기 마련이다. 나무를 탈 때도 누군가가 올라가면 처음엔 '잘 올라간다'고 덤비다가 꼭대기에 올라가면 '저놈 떨어뜨리자'하고 나무를 흔든다.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으면 그 때는 '나무를 부리째 뽑아버리자' 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성격이다. 어떤 사람이 학교를 하면 처음에는 '그가 무슨 학교를 해? 그가 학교를 하면 나는 뭘 못하겠나? 두고 봐라, 그 사람 학교를 못하게 될 테니' 하고 생각하다가 마지막에 정말 그가 못하게 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럼,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한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이 무엇을 하려 할 때 잘 되도록 축복해 주지 않는다."

   남쪽을 방문하신 도산 선생은 먼저 하늘로 간 이용도 목사가 조카딸 안성결을 크게 아꼈음을 들었고, 또 이용도 목사에 대해 썩 자세히 들어보았는지 그가 서양에서 태어났다면 성자로 추앙을 받았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그리되지 않았던 것은 당시 어느 무리들이 배 아파하여 그의 높은 경건과 신앙을 가만두지 않고 헐뜯다가, 나중에는 나무를 흔들다가, 마지막에는 나무를 부리째 뽑아버렸다고 평가한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우리나라 사람은 남이 좋은 일을 하거나 잘할 때 축복해주지 않고 그를 끄집어 내리려 애쓴다. 이 기질은 극복해야할 숙제다. 이용도처럼 남에게 좋은 것을 내어주고 자기는 예수의 뒤를 따라 고생길로 가는 새 기질만이 21세기 한국과 세계를 축복할 것이다.

"주님, 성령으로 우리의 민족성이 거듭나게 하소서. 예수 닮은 희생적 사랑의 특성이 우리의 민족성에 새로이 뿌리내리게 하소서. 그리하여 만방에 당신의 사심을 드러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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