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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회주의자의 고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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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4-11 12:01 조회5,0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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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우 씨로부터(이어서)

   나는 수 년 전의 그날 밤을 아직도 명백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강단에 선 목사가 "형님은 왜 손 안 드시오?"라고 나에게 묻던 그 말이 아직도 나의 귀에 쟁쟁하면서 나는 "그 문제는 나에게 맡겨두시오"하고 대답하던 그것까지도 명백히 기억되어 있습니다. "왜 손을 안 드느냐?" 이 말은 "왜 생명수로써 너의 기갈을 풀고 살려 하지 않느냐?, 왜 암흑에서 벗어나서 광명에 살려 하지 않느냐?, 왜 죽음의 길을 버리고 살 길을 취하지 않느냐?, 왜 죽을 지경에 빠져 있으면서 이 구조선에 오르려 하지 않느냐?"라는 하늘의 소리가 아니었나이까. 그러나 나는 "그 문제는 나에게 맡겨두시오" 하니 그 얼마나 처참한 소리였습니까. "나의 죽음은 나에게 맡기시오" 하며 그대로 죽을 곳을 향하여 달음질치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장한 척하며 일어서던 그 나를 내려다보시는 하나님께서 얼마나 그 마음이 아프셨을 것이며 나의 뒷 모양을 바라보시는 형님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우셨으리까.

   그 후 나는 계속적으로 마르크스 자본론, 사적(史的) 유물론, 기타 정치경제학설에 심취하여 연구와 사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학자로서의 영예, 정치가로서의 출세, 사회개조운동가로서의 입신, 이런 만만한 야심이 나를 휩싸고 있어 거기에서 최대의 행복과 만족을 구하려던 야욕이 나를 충동하고 있엇던 고로 지금 생각하면 그 얼마나 모순이며 가소로운 일이었는지 나는 고소(苦笑)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개조하지 못하고 조종하지 못하면서 대중이니 사회니 하면서 철없이 날뛰면서 붙들지도 못할 것을 붙잡아보려고 애쓰던 나 자신을 상상하여 볼 때 내 스스로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당신 앞에서 방탕아요, 반역자요, 불순종자인 나를 당신의 은혜 아래에 두시고자 오래 참으셨으며 그 사랑 아래 품으시었습니다. 때는 가고 때는 다시 왔습니다. 하나님은 최후의 시련으로 나에게 다시 큰 시험을 하시었습니다. 나는 소위 행복의 꿈이란 무한히 쓴 것이요, 무한히 괴롭고 아픈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모순은 탄로 되고야 마는 것이었나니, 하루아침에 나의 명예, 나의 분신, 그 행복의 꿈을 모두 삼켜버리고 나를 발가벗겨서 외로이 이 냉혹한 지상에 내던지고 말았습니다. 이때에도 이것을 자기 모순과 죄악으로 깨닫고 자아 청산에 돌아가려 하지 않고 도리어 변호의 여지를 찾아 신도덕관, 신윤리관의 세계를 찾아 온몸의 상처를 안고 더듬거렸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시험이었으매 그렇게 용이하게 극복될 것이 아니었나이다. 지상에서 나의 앞에 열렸던 모든 길은 다하여 버렸나이다. 하나님께서는 당신 앞으로 열린 길만을 열어 놓으시고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감격과 감사보다 조소의 생각으로 대했던 형님의 서신, 엽서 2매를 펼쳐 들고 나는 다시 읽었던 것이었나이다. 이때에 나는 소위 인간의 행복이란 무엇이냐, 지식 철학의 전분야에 대하여도 다시 음미하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인생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으며 지식이나 철학이 인생과 어떠한 관계로 존재하여야 될지 그 영역을 희미하게나마 좀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성서의 안에서 인생을 알고 또 진리의 주체를 발견한 톨스토이의 발자취를 따르려는 열정이 나의 가슴에 용솟음쳤던 것이었습니다. 감격, 눈물, 통회, 이런 것으로 뭉쳐진 나의 참회의 글 몇 줄이 형님께 드려진 줄로 아나이다. 나는 지금 그때에 내가 어떻게 썼었는지 모릅니다.

   이러이러한 과거의 계단을 통하여 현재의 은혜 아래서 다스림을 받고 진리의 광산에서 가끔 캐어내는 진리의 덩어리가 나의 앞에 축적되는 것을 생각할 때에 나는 이 기적적인 사실에 경탄을 금하지 못합니다. 감격, 감탄, 감사. 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아, 그때 그와의 기록이 아니었다면. 오직 이렇게 밖에 더 다른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 형님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빼어놓은 것이 있으니 곧 나를 그리스도인 되게 하려고 무한히 애쓰던 인물 한 분에 대해서 조금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 그것입니다. 그는 형님도 아시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올시다. 그는 세상이 다 나를 몰랐을 때 나를 알았던 사람이요, 세상이 다 나를 동정하지 않을 때 그는 나를 동정했던 사람이올시다. 나의 앞길을 위하여 가장 많이 애쓰고 기도해주는 분이올시다. 지상에 있어서나 또 하늘에 있어서도 나의 기억에서 떠나지 못할 인물이올시다. 언제 조용한 기회가 있으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겠나이다.


   은혜의 생명샘 가에 앉아 문득 추억되는 과거의 한 부분을 쓴다는 것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 여름은 나에게 있어서 대단히 기쁜 여름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을 알 기회를 이 여름에 가진 것을 무한히 기뻐하나이다.

   특별히 이 여름이 나에게 의미있다고 하는 것은 어느 날 새벽에 특별한 주님의 묵시, 꿈같으면서도 꿈이 아닌 기적적 사실을 통하여 주님의 사명을 확실히 받은 증거를 얻게 된 것이올시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무한한 새 기쁨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님의 무한하신 은혜 아래에 항상 계실 것을 믿사오며…….


1932년 8월 22일 밤 고등(孤燈) 하에서

김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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