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벽한 섬도 낙원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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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7-03 02:59 조회5,15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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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씨로부터
오ㅡ 주여, 감사하옵니다. 주께서 저를 특별히 사랑하여주신 은혜로 오랫동안 그리고 흠망(欽望)하던 하나님의 사람, 예수의 모형을 이제야 만났습니다. 아득한 미로에서 방황하던 어린 영이 찾고 찾아도 제 손을 붙잡고 주께로 인도하여 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예배당에 다녔습니다. 많은 사람의 설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영은 언제나 기갈의 불만을 고칠 길이 없었습니다. 희미한 길에 홀로 서서 어디로, 어떻게 주님을 찾아갈까 방황하며 이 사람 저 사람 주 따라 가는 이를 찾았습니다. 생각하면 물론 제가 부족하여 직접 주님을 바라보며 따라가지 못하는 영의 약자인 까닭이었을 줄 생각되나이다.
이와 같이 부족하고 변변치 않은 것을 버리지 않으시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생각지 못한 때에 과연 주님의 자취를 꼭 그대로 따르시는 당신의 종을 만나게 해주신 그 은혜, 진정으로 감사, 감사할 뿐이로소이다. 허위와 가면의 탈을 쓰고 주를 따라가는 체하는 많은 속인 중에서 참 주의 사도인 그를 통하여 저도 주님의 형상을 밝히 보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음성도 듣게 되었습니다. 저의 걸어나갈 앞길도 눈앞에 밝히 전개되었습니다.
오ㅡ 주여, 갑니다. 갑니다. 저도 갑니다.
그가 걸어가는 주의 발자취, 저도 따라서
세상의 부귀, 영화, 명예, 체면 모두 버리고
십자가를 등에 지고 골고다로 향하신
그의 자취를 밟아서 저도 갑니다.
선생님! 그래도 저는 부족합니다. 힘 없고 약합니다. 미련하고 둔합니다. 철 모르는 어린아이입니다. 선생님! 괴로우셔도, 귀찮으셔도 이것을 붙잡아주세요. 끌어주세요. 선생님께서 가시는 주님의 발자취 저도 따라가게요!
주를 따르려는 저의 앞길에는 많은 장애와 구속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주의 손을 잡았습니다. 주께서 이끄시는 대로 어디든지 가려 하나이다. 주께서 두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머물려 합니다. 기쁨으로, 족한 마음으로 모든 문제를 다 주께 맡기고!
오 주님, 부족한 이것을 받아 주세요.
지난 14일 선편에 선생님께서 주신 글을 받고 처음에는 반가웠습니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읽어갈 때 감격에 넘치는 눈물을 금할 수가 없었어요.
선생님, 이 변변치 않은 것을 위하여 지옥에까지라도 들어갈 용기를 가지시고 험악한 풍랑에 많은 고생을 달게 여기시고 이 궁벽한 섬까지 찾아오시었던 그 사랑은 과연 우리 주님께서 천당 영광 버리시고 죽을 죄인을 살리시려고 이 누추하고 험악한 세상에 오셔서 생명을 바치신 그 희생적 사랑임을 다시 한 번 더 느끼며 감격한 눈물을 흘리나이다.
주님의 사랑을 통하여 나타내신 선생님의 사랑은 과연 저에게 새 힘을 주었나이다. 새 마음을 주었나이다. 오ㅡ 주님의 사랑! 남을 위하여, 더구나 죄인을 위하여 귀하신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신 희생적 사랑, 열정의 사랑, 아! 어떻게 하면 저도 이 사랑의 자취를 따를 수 있을까요!
선생님, 저는 늘! '내 몸이 이 궁벽한 섬 가운데 와서 밥이나 먹고 옷이나 입고 그럭저럭 살다가 썩어지고 마는 것이 내가 세상에 온 본의인가' 생각할 때마다 남 모르는 불평이 떠날 때가 었었습니다. 그러나 이즈음에 와서는 "아니다, 호화로운 도회지에서 죄악의 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적한 섬 속에서 영육으로 가련한 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위하여 조금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이것이 도리어 자타의 복의 되고 주께서 나를 이 섬에 보내신 뜻인지도 알 수 없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웬일인지 저 망망한 바다, 구비치는 물결, 월야의 산천,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비감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선생님께서 주신 글을 읽고 난 뒤로는 이상하게도 전날에 늘 보던 그 산천이 새로이 반갑습니다. 요새 며칠 동안은 진동 큰집에 와서 있게 되었으므로 새벽이면 뒷동산에 올라가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반쯤 이지러진 새벽달이 동쪽 하늘에 솟아 오를 때 찬 서리는 달빛에 비취어 은가루같이 반짝입니다. 앞바다 잔잔한 물결 위에는 월광이 반사되어 금빛 비단을 펴놓은 것 같습니다. 고요한 새벽, 은은한 달빛 아래 소나무 밑으로 하나님을 뵈옵고자 걸어가는 제 마음은 과연 어떻다고 글이 부족하여 형용할 문구가 없으리만치 감격과 환희의 세계에 들어갑니다. 알 수 없는 신비의 낙원으로 몸과 마음이 일체로 실려갑니다.
오ㅡ 주님, 주께서 이러한 아름다운 낙원에서 저를 가다리신 지 오래지만 이 미련한 것은 그 답답한 속계(俗界)에 묻혀서 괴로운 꿈만 꾸고 있었지요. 주님 용서하세요. 이 신비한 낙원에서 주를 만나 뵈려고 덕적으로 부르셨음을 모르고 도리어 저는 항상 불편을 품었었습니다.
선생님! 과연 주가 함께 계신 곳이면 산이든지, 바다든지, 감옥이든지, 대궐이든지, 그 어느 곳임을 물론하고 낙원이었사오니! 주님, 이 낙원에서 영원히 떠나지 말게 해주세요.
22일에 또 다시 선생님이 주신 글을 받았소이다. 모슨 일인지는 알 수 없어도 저의 마음까지 불안에 싸이게 되었습니다. 과연 악마의 무리들은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여서 자기 부하를 만들어가지고 성도의 가슴에 화살을 박습니다. 험악한 고해의 흉흉한 파도는 무섭게도 우리의 영에 부딪히고 씻깁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괴로우심은 도리어 영광입니다. 자기의 허물과 죄로 인하여 남의 멸시와 모욕과 구박과 천대를 받는 비열한 인간들이 많은 이 세상에서 선생님은 주를 위하여 주님을 따라가시기 때문에 당하는 고통이오니 이야말로 광영의 고통인줄 생각되오매 저는 도리어 부러워하나이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 갈릴리 강변에서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거든 나의 양을 먹이라"고 하신 말씀, 선생님께서 평양중앙교회에서 하시던 것 아직도 제가 기억합니다.
선생님, 이 덕적의 어린 양들은 주님께서 선생님에게 맡기신 양떼 중에 한 무리로 생각하시고 잊지 마시고 기도로써라도 돌보아주심을 바라나이다. 선생님 다녀가신 결과, 주님의 새 생명을 얻은 이가 펵 많습니다. 동리마다 산에서 기도 소리가 힘있게 울려옵니다. 주 안에서 선생님을 잊지 못하는 이 덕적을 선생님께서도 잊지 않으실 줄로 아옵니다.
주님의 사랑 가운데서 늘 안영(安靈)하옵시기 축원하나이다.
1930년 여름
박정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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