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의 콧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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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6-24 23:52 조회4,86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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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중앙교회에서는 오라는 청이 여러 번 왔다. 오랫동안 생각한 후 단념하고 갈 수 없다는 편지를 보냈다. 오후에 또 편지가 왔다. 연봉 1,200원을 작정하고 온 교우가 다 오기를 청한다. 아, 나는 어찌할꼬. 이는 나에게 유혹인가, 나에게 내리는 은혜인가. 물질의 명예와 영광이 내 앞을 가리우지 말게 하옵소서.
1930년 4월 3일 (목)
얼마 전 평양 중앙교회 부흥회를 인도한 이용도는 그 엄청난 역사로 인함인지, 연봉 1,200원에 청빙을 받는다.
인쇄물이 흔치 않던 시절인 1927년 10월, 수입된 원서 백과사전 10권 한 질이 19원이었다. 1930년 봄 고무노동자들의 연봉은 130~40원 수준. 자작농의 평균 수입은 544원 정도. 1931년 평양정의여고 학비는 한 학기에 4원, 식비는 한 달에 5원 50전. 1940년 경 김광우 목사는 월 256원을 받았다. 그렇다면 1930년 봄 연봉 1,200원이란, 가난에서 당장 벗어날 수 있는 해방의 탈출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용도의 마음을 어렵게 한 것은 연봉이 아니라, "온 교우가 다 오기를 청한다"는 애원이었을 것이다.
평양 중앙교회에서 오라는 편지가 또 왔다.
오 심조(心鳥)야,
명예를 위하여 말고 주님을 위하여 할지어다.
심조야, 교만하지 말아라.
4월 10일 (목)
1주일 뒤 다시 도착한 간절한 편지. 이용도는 명예 대신 주님을 택하기로 한다면서, '이 좋은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린다. 대신 주님이 그를 놓치지 않고 붙드시어 전국에서 주의 뜻을 드러내는 도구로 삼으실 것이다.
"주님, 숫자에 굴함 없는 콧대 높은 기독교, 오늘 어디로 갔나이까? 자기의 명예와 영광을 위하여 초인적이고도 비인간적인 열혈을 쏟으며 하나님을 전면에 내세우는 일에 어찌 하나님이 계실 수 있으오리까. 숫자가 아니라 진리가 행세하는 세상 되게 하소서. 무턱대로 성공과 성장을 좇는 내 속물적 관성을 제거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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