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할 수밖에 없던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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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5-03 19:16 조회5,3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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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까지 연회를 마치었다. 10일 오전 9시에는 교역자회로 모이자고 의논이 되었다. 그러나 10일 밤 원산 성경학원의 사경회와 부흥회가 시작되는 날이니 만일 오전에 교역자회를 보게 되면 거기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장로사에게 교역자대회에는 빠지더라도 원산에를 가야겠다고 말하여 양해를 얻었다. 그리고 나오다가 김 총무를 만나 내일 아침 교역자 대회가 있지만 불가불 부흥회 때문에 가야겠다고 작별 인사를 하였다, 그랬더니 "주일학교 총무회의를 내일 오전 9시부터 할 터인데 여기는 빠져서 안 된다"고 강경히 주장을 한다. 그래서 그렇다면 원산에 가는 이에게 통지를 하고 부흥회 첫날 저녁에는 미참하기로 하였다.
10일 아침이 되었다. 행구(行具)를 둘로 나누어 하나는 주일학교 회의에 필요한 서적 등을 손가방에 넣고 또 하나는 의복 기타를 넣었다. 손가방만 내가 들고 다른 짐은 진해 군이 들고 나섰다. 8시 35분이 원산행 차가 떠나는 시간이다. 진해 군에게 그 짐을 들고 주일학교 사무실로 가게 했다. 나는 정거장에 가서 원산 전도부인에게 첫날은 미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주려고 길을 서로 나누었다.
정거장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기로에서 방황한다. 원산 부인들이 구름같이 모여 은혜를 사모하며 기다리는데 그 첫 시간에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 오면 저희들이 얼마나 섭섭할꼬. 가는 게 옳지 않을까. 그러나 한편으론 주일학교 총무회에서는 조선주일학교대회를 열기로하여 신년도 사업의 여러 가지 계획이 작정 될 텐데 그 회의에도 빠지면 안되겠고, 어찌하나.
어느덧 내 발이 정거장에 이르렀다. 김자선 아주머니를 만나서 의향을 물었다. 그랬더니 "나는 지금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단판에 심중을 드러낸다. 모든 부인들이 다 저렇게 생각하겠지 하고 가만히 생각할 때에 내 가슴에서는 불이 붙는다. 이때에 "그만두어라, 총무회는 될 대로 될 것이다. 그냥 원산으로 가자"하는 성신의 권고하심이 있다. 그러나 당장 가서 신어야 할 구두도 안 가져오고 세면도구, 필요한 의복 등도 그냥 주일학교 사무실로 보내었는데 또 김 총무에게 양해도 구치 못하고 또 거기서 기다리는 진해 군은 어떻게 하나 하고 나는 핑계로서 정당한 이유를 갖은 조목을 들어 타협을 성신께 구하였다. 그러나 "가자. 그 일들이야 될 대로 될 터이니" 하시는 성신에게 나는 더 앙탈을 부릴 수가 없었다.
이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차에 끌려 올리우게 되었다. 서울서는 여러 군데서 야단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내가 그리한 것이 아니요, 성신에게 끌려간 것이니 저이들이 양해해 주겠지. 서울 사정으로 인하여 뒤숭숭하던 마음은 씻은 듯이 없어져 내 마음은 시원하고 평안해졌다.
주여, 언제든지 주께서 원하시는 대로만 나를 인도하여 주소서. 내가 혹 앙탈을 한대도 주여, 그것은 성립되지 않도록 나를 이끌어 주소서. 내게서 주님은 강하게 되고 나는 약하게 되어야 하겠나이다. 곧 주는 흥하여야겠고 나는 망하여야 되겠나이다. 주께서 주인이 되시고 나는 노복이 되어야겠나이다. 나는 이제 당신에게 끌리어 여기를 왔사오니 어찌하시려나이까? 나는 텅텅 비었는데 무엇을 내놓습니까? 주여, 당신이 이미 아시나이다, 나의 무력함을. 다만 당신의 감동대로 순종하려는 이 마음 하나밖에는 아무 자본이 없나이다.
예정대로 10일 저녁부터 부흥회는 시작되다.
1929년 9월 10일 (화)
"회의에 빠지고 어디를 간다고?"
행정가와 조직가에게는 위험하게 비췰지 모른다. 이용도는 도망치려가 아니라 사모함으로 애끓으며 기다리는 양떼에 대한 애정과 부담 때문에, 무엇보다 성령의 강권하심 때문에 부흥회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결정만 아니라 부흥회의 내용과 방법까지도 할 수 있는 모든 할 수 있음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따랐으니, 그런 부흥회에 얼마나 큰 은혜가 부어졌을지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주님, 조직과 회의가 주님 앞에 듣는 귀를 갖게 하소서. 조직과 회의의 이름으로 성도를 통제, 조종하려는 초조함을 내려놓게 도와주소서. 주님의 강권하심을 따라 움직임은 세상에 긴장의 파장을 일으키나, 주는 그 안에서도 깊은 평안과 확신과 다짐을 주시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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