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 전신주 앞 우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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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5-02 23:54 조회5,17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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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여, 나는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내가 일전에 안국동을 지나다가 본 그 할머니, 전신주 앞에 넘어져가는 그 할머니, 숨이 턱에 닿아 오르고 수족이 힘을 잃어가는 그 가련한 할머니를 나는 그냥 버리고 왔나이다. 내가 다가서서 그를 안아 일으키고 또 어디로 인도하고 싶은 그 양심의 운동을 짓눌러버리고 그냥 왔어요. 그 죄로 나는 괴롭습니다. 언제까지도 나는 괴롭겠지요. 이 죄의 값을 나는 언제까지나 받을 것입니다. 나는 불안합니다. 나는 괴롭습니다. 나는 무겁습니다. 나는 언제까지 이런 지옥에 살 것일까요. 죽을 수밖에 없는 나를 용서하시고 건져 주세요. 주님께서 나를 용서하지 않으시면 나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이다. 주님이시여 저를 돕고 붙들어주소서.
주여, 나는 갑니다. 당신에게 끌리어 나는 갑니다. 가면 어떻게 하라실지 그 의향을 나는 모릅니다. 그저 그냥 끌려 갈 뿐이옵니다. 간 후에는 당신의 계획대로 하시겠지요. 다만 그 계획에 고요히 순종하려고 가옵니다.
일자 불기(不記)
안국동 전신주 앞 그 할머니. 힘없는 나라 백성으로 쓸쓸히 넘어져가던 그 할머니. 선량했으나 험한 시대를 만나 도리 없던 내 할머니. 대한제국 같은 풍전등화의 약소국 ㅡ 가난한 선교지에 그 할머니 얼마나 많이 계신가? 일으켜드리자. 안아드리자. 가진 것 바쳐 일으켜 안아드리자. 부유한 선교지 한국에도 그 할머니 얼마나 많이 계신가? 진주 귀걸이를 했을지라도 외로움으로 아스러지는 할머니들이.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사회상에 마음이 아려오는 이 일기는 기독교의 힘은 긍휼과 사랑임을, 신자의 생명은 긍휼과 사랑임을, 선교의 숨결도 긍휼과 사랑임을 보여준다.
광기의 제국주의에 떨어졌다 똥구멍이 탄 일제나 서구열강의 하품나오는 공식을 뛰어넘는 위대성은, 강자일수록 섬기고 낮아지는 길에 있다. 오늘날 세계는 강자가 될수록 높아지려 날뛰나, 한국은 높아질수록 낮은 마음으로 옛 조선처럼 울며 고생 당하는 이들을 안아 일으켜야 하리니, 이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교요 참되고 영원한 위대성이다. 우리의 새로운 민족성은 예수적 성격에 있을지어다. 아멘.
"주님, 내 주변의 아픈, 외로운, 어려운, 약한 이들에게 다가가 겸손히 일으키게 하소서. 우리 주변의 아픈, 외로운, 어려운, 약한 민족들에게 다가가 겸손히 일으키게 하소서. 이 평화와 겸손의 심히 아름다운 일에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목숨을 드려 소위 제국들의 얼굴을 시뻘겋게 하고 사랑의 승리를 쟁취하게 하소서. 스스로를 죽여 이웃을 살리는 그 혼과 그 땀과 그 피가 주님의 눈에 귀하오니 우리 민족이 거기서 가슴 벅찬 땀 흘림의 영광을 얻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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