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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어이아들(어머니와 아들)과 주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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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7-29 23:13 조회4,1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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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2시 반에 나는 주님과 같이 성전안에 들어갔노라. 주님과 대면하여 나는 죄를 고하며 간구하였노라. 주님은 크신 사랑과 긍휼로 나를 용납하시도다. 나는 주와 같이 있지 못한 증거가 드러났다. 나는 어찌하여 그리 무서워하며 놀랐던고. 마치 어린아이가 "으악" 하고 놀라 어머님에게 달려들 듯이 나는 꼭 그와 같은 상태를 이루었도다. 이는 주께서 내가 주와 같이 있지 않은 증거를 보이심이로다.


   오 주님이시여, 이 죄인을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그 동안 주님을 신앙하는 생활이라고 하여도 사실은 아니었사옵니다. 세상과 자기를 의지하고서 기거동작한 자식이로소이다. 주님을 면전에 모시지 못하였나이다. 그런고로 나는 외로운 자식이었고 두려웠사오며 '에룽데룽'한 생활이었나이다. 나의 심령은 주를 배면(背面)하고 멀리 갔었나이다.

   주님이여, 나를 받으시옵소서. 멀리 갔던 탕자 이제 다시 돌아왔나이다. 주님 앞에 있다가는 다시 떠나가고 가고 하는 교활한 탕자가 돌아왔습니다. 세상은 나에게 참 힘이 안되며 참 위로가 안되었나이다. 나를 번거롭게 할 뿐이었고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었나이다. 나는 무력해지고 말았나이다.

   오 주여, 내가 아주 망하기 전에 주께서 나를 잡아당기시었습니다. 나는 어린아이와 같이 철몰라서 그리 했었나이다. 무서워 떠는 나를 주께서 끄시어 따듯한 품에 품어주셨나이다. 오 주여, 당신 품에 꼭 안아주시옵소서. 나는 거기서 안심하겠나이다. 세상 고통에 쪼들린 몸을 편히 쉬겠나이다.

   오 주여, 세상은 나를 유혹하며 또 달래는 것이었습니다. 별난 장난감, 이상한 물건, 달콤한 식물로, 또 묘한 말로 나를 달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거기에 마음이 유혹되어 주님의 팔을 뿌리치고 그냥 그리로 향하는 것이었나이다. 아, 그러나 머지않아 주님의 품밖에 있는 것을 내가 알 때에는 나는 갑자기 큰 고독과 공포를 느끼어 견딜 수 없었사옵나이다. 나는 돌아서서 큰 소리로 소리쳐 울었나이다. 그리고 그 장난감과 좋은 식물과 묘한 말로 나를 달래는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였나이다. 또 그가 무서웠나이다. 그가 다시 달래는 손을 내 쪽으로 내어밀 때 그것은 확실히 마귀의 속삭임임을 깨달았나이다. 나는 더욱 무서워 소리쳐 울며 "아버지"를 부르짖으며 급히 들려들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이 급한 것처럼 나의 동작이 그렇게 빠르지 않았으매 나는 더욱 두렵고 무서움을 느끼었나이다.


   나는 젖 먹는 아이. 이제 겨우 앉고 또 겨우 기는 아이라. 두 발로 달음질쳐 주님 앞으로 달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왼 다리는 엉덩이 밑에 깔고 바른 다리는 일으켜 세우고 그리고는 주춤주춤하면서 주님 앞으로 향해 가는 것이었습니다. 원수의 몸은 거의 나를 잡을 듯하였고 나의 마음은 거의 기절할 뻔하였을 바로 그때에 주님께서는 손을 내밀어 얼른 나를 붙드사 잡아당기었습니다. 나는 "으악" 하고 소리쳐 다시 한 번 울었나이다. 이는 너무 좋아서인지 어쨌든 어쩔 수 없이 감격에 넘치는 소리였습니다. 이에 주님은 당신의 품에 꼭 끼어안으시고 나는 그 품에 안기었나이다. 주는 말씀하십니다.

   "거봐라 네가 나를 버리고 네가 세상을 따라가니까 그렇지 않겠니" 하고.

   나는 다시 머리를 돌려 아까 나를 유혹하던 세상과 그놈의 장난감과 그 유혹물을 봅니다. 그 물건들은 다시 나에게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그것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려는 때에는 떠나야 할 어머니의 품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나이다. 어머니의 품을 버리고 그대신 그것을 취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다시는 안 돌아 봅니다. 젖을 먹습니다. 그 품 안에서 또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머니가 주실 줄 믿고 나는 편히 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주여, 나를 놓지 말아주세요. 나는 안 떨어지겠습니다. 아무런 것으로 달래어도 안 떨어지겠습니다. 그러나 나를 유혹하는 놈, 그 세상이란 놈은 다시 나를 달랩니다. 어머니는 나를 좀 떼어볼까 하고 "내려서 놀아라" 하십니다. 나는 주의 품을 떠나서의 괴로운 경험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는 죽어라 하고 안 떨어지려고만 하였습니다. 그때에 어머니는 당신이 좋은 선물을 집어주면서 나를 떼어볼까 하십니다. 이는 아마 당신이 나를 사랑하사 당신의 일터에 같이 나가면 어린 내가 고생을 할까 염려하사 아끼시느라고 하심이겠지요. 그러나 나는 어머니 없는 집의 장난감, 음식, 다른 사람의 위로 등이 별로 힘이 되지 못할 것과 어머니 없는 내 신세가 결국 얼마나 가련할는지,쓸쓸할는지를 즉각적으로 알았습니다. 나는 다시 떼롤 썼습니다. 안 떨어지겠다고.

   "나도 갈 테야, 데리고 가주세요, 어머니."

   "가면 춥고 다리 아프고 고생한다."

   "그래도 난 좋아. 그래도 나는 갈 테야" 하고 울면서 떼를 썼습니다.

   나는 산과 들, 험한 골짜기를 어머니와 같이 걷는 기쁨을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가다가 다리 아프고 괴로우면 어머니가 나를 버리고 그냥 혼자 가시지 않을 줄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너는 더욱 떨어지지 않으려고 떼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네가 걸어가야 한다"고 나를 내세우시며 당신께서는 앞장을 서십니다. 나는 뒤에서 몇 걸음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가 나를 보아주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이 나의 눈앞에 있지 않고 어머니의 눈이 나의 전체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다시 어머니를 소리쳐 부르고 떼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내 뒤에 와. 내가 앞으로 갈 테야"라고. 그는 물론 어머니의 눈이 나를 보아주고 지켜주는 기쁨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좋아서 갑니다. 그러나 나의 약한 다리가 어머니가 걸을 수 있는 그 길을 다 이겨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피곤한 다리를 억지로 끌고 가다가는 다시 어머니를 돌아보고 돌아보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나를 보시고 귀애(貴愛)하시며 고운 웃음을 웃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에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걸었습니다. 그러나 결단코 그 길을 다 이겨 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내가 거의 길바닥에 주저앉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어머니는 "오, 용키도 하지" 하시고는 얼른 나를 들어 당신의 품에 안고 성큼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마음대로 봅니다. 그 눈을 보고, 인자한 그 눈! 또 그 코를 봅니다. 그리고 그 두 뺨을 나는 만져봅니다. 또 그 두 귀를 머리 속에서 찾아내서는 열심으로 만지고 나의 입을 어머니의 뺨에 대는 것이었습니다. 피곤한 나는 언젠지 어머니 품에 잠이 들어 편히 쉬는 것이었습니다. 깰 때에는 어머니 등에 업혀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리려고 하지 않고 어머니도 나를 내려 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다로 가는지 얼마나 가는지는 나의 관계할 바 아니었습니다. 나는 다만 등에 업혀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는 나의 어린 때를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장성한 때는 어떻게 지내는 것이었는가. 오 주여, 나는 다만 어린아이올시다. 주님이 없이는 못살 아이올시다. 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1931년 1월 2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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