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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형님의 문제제기와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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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9-15 12:36 조회4,5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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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채(李容采) 씨에게

   마음에 늘 염려 중이더니 형님의 편지를 받고 나니 더욱 어려워지는 듯 마음이 자못 불편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하나님께 맡기고 나는 부지(不知)로써 그날그날 당면하는 일에 충성을 다하려고 하는 것뿐이니, 대게 내가 염려한다 해도 나의 마음을 스스로 상하고 또 하나님의 성의에 어그러짐이 있기 쉬울 뿐이니, 나의 염려가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물론 돈이 되었으면 벌써 보냈을 터이지요. 그러나 지난달 봉애가 집에 가노라고 25원 찾아가지고 갔을 뿐이고 두 달 동안 아무 것도 수중에 들어 온 것이 없으니 아무리 걱정한들 무엇 합니까. 원래 나라는 위인은 돈을 벌 줄 모르는 물건이요, 또 그 방면에 대하여서는 누가 주기 전에는 어디 가서 변통할 힘도 없는 위인이니깐 그렇습니다. 나는 나의 궁한 것을 형제에게나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만, 많이 두고 안 주는 줄 아는 사람에게는 불가불 이런 말이 나갑니다그려.

   일전에 나는 이렇게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주에게 바친 몸이라고 부모도 그러시고 형제들도, 그리고 또 나도 그리하였으나 바쳐놓고도 주님을 기쁘시게 못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다시 하나님의 사람을 빼앗아다가 사사로이 자기 소용을 위하여 쓰게 되면 하나님께 득죄하게 될진대 차라리 아주 하나님 앞에서 나는 나오고 또 부모와 형제는 나를 하나님에게서 빼앗아다가 당신들 마음대로 농사를 시키든지 하시라고.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부모를 모시고 형제들과 같이 노동을 하면서 사는 날까지 살다가 이생을 마쳐 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나님을 위한다는 일에서 떠나서 부모와 형제들을 위한다는 일로 나의 길을 돌린다면 실상 부모와 형제들에게 유익이 되겠는가? 복이 되겠는가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그리 된다면 운명을 자세히는 모르거니와 나는 1년을 마치기 전에 육체는 병객(病客)이 되고 따라서 내가 부모 형제를 돕기는커녕 부모 형제가 나와 나의 가족을 돕지 않으면 아니 될 참경(慘景)에 빠질 것입니다. 왜 그런고 하니 나는 지금도 성한 몸이 아니올시다. 나의 병세를 집안이 안다면 염려 위에 염려를 더하여 모든 소망이 다 끊어지는 동시에 산 목숨들이 끊어질까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이라도 전도를 하지 않으면 집에 와있으면 앓습니다. 내 몸을 내가 건사할 수 없습니다. 나의 몸에는 피가 극도로 말라서 극도의 빈혈증인데 의사들은 보는 이마다 놀래는 형편입니다.

   "그렇게 피가 없고 어떻게 사느냐?"

   "이 목사가 사는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라고 합니다.

   그런즉 내가 부모형제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서는 것은 결국 하나님께도 욕이요, 내게도 저주요, 집안에도 망조가 되는 것인 줄 깨달았나이다.

   그러나 그래도 부모형제들이 나를 임의대로 쓰신다면은 나는 할 수 없이 저들을 위하여 주의 일을 그만 두겠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주의 일을 한다고 몸바치니까, 적극적으로 부모형제를 도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지만.

   집에서는 내가 쓸데없는 사람들 다 붙여 먹이면서 집안 돌아보지 않는다고 하시는 듯 하지만 실상은 내가 그만큼 하는 덕으로 오늘 내가 살아있고 하나님은 나를 긍휼히 여기사 밥이라도 굶기지 않고 먹여주시고 일이라도 하게 하신답니다. 그것도 내가 아니하면 주의 일이라고 할 것이 무엇입니까.

   강단에서 한 주일에 한 번씩 생명 없는 연설이나 하고 이 집 저 집 억지로 말놀이나 하는 따위의 심방(尋訪)을 주의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도저히 죄악이지 주의 일은 아닐 줄 압니다.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고, 사람을 돕고 또 살리는 이가 하나님이었은즉 원컨대 부모와 형제들은 하나님께 구하시옵소서. 하나님께서 주시리다. 각 사람은 하나님께 어여삐 보인 후에야 그에게서 은혜를 받는 것입니다. 사람을 믿고 의지 하여서는 원래 실패니까요. 만일 OOO의 말과 같이 자기만이 부모를 맡기 때문에 자기가 못살겠다고하면 저는 부모를 두고 나가서 혼자 잘 살아보라고 하고 나는 내려가서 그 집에 들어가 부모를 봉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나는 그냥 돌아다니면서 전도를 하고 약간의 생기는 것이 있다면 집으로 보내어 살림을 보태고 봉애는 집에서 밥장사도 하고 농사도 일꾼 두고 해서 부모를 봉양할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서울 살림을 차려 놓고 또 대중을 상대로 하고 하나님의 일을 해나가려면 매달 빚지지 않고는 견디지를 못할 것입니다.

(계속됨)

 

 

 

   3월 31일 동생이 세상을 떠난 뒤, 집을 돌보지 않고 부흥회만 다닌다는 비난이 큰형님으로부터 제기된 것 같다. 당시 이용도는 두 달 동안 아무 것도 수중에 들어온 것이 없었다. 들어오는 대로 나누어주었으니 말이다.

   하나님의 일을 함에 경제적 쪼들림이 큼은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다. 그러니 '주의 일'을 하겠다면 남들 다 하는 것은 애당초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 것이 속 편하다. '주의 일'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살려는 마음은, 상대방의 재산을 싹 먹기 위해 하는 도둑질 결혼과도 같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세상에서 기를 못 펴는 것은 세상에서 누릴 건 다 누리려 하기 때문이다. 오늘 내 결핍증은 내 욕심의 풍년이 낳은 골병이다.

 

 

"남들 다 하는 거 나도 다 하면서 언제 주의 일 하리요. 가까운 천국 바라보면서 세상에서는 남들이 안 하는 거 하여 주께 영광 돌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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