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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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8-23 12:20 조회4,40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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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도 목사님의 집을 첫 방문한 그날 밤 변종호는 여관으로 돌아갔고, 이튿날 짐을 챙겨 이 목사님 댁으로 들어갔다.
마침 아침식사 때였다. 조반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에 석유상자 하나를 들여온다. 조금 후에 또 하나를 들여놓더니 두 개를 붙이고 그 위에 신문지를 폈다. 그 위에 짠 김치 한 그릇, 된장찌개 한 냄비, 숟가락, 젓가락, 밥통, 공기 그릇, 이제 또 무엇이 들어오는가 하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런데 더 들어올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방과 부엌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나는 밥상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둘러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찬송을 부른다.
그리고 나서는 돌아가면서 성경을 몇 절씩 읽는다.
긴 성경 한 장이 모두 끝났다.
기도를 드린다.
솔직히 말한다면 밥상이라고 차려놓고 삥 둘러앉아 있을 때는 저 밥을 어떻게 먹나 하고 밥 먹을 일이 퍽이나 난처했었다. 그런데 기도가 끝나자 어디서 오는 건지 부쩍 식욕이 생겼다. 이상하게 배가 고파지고 밥이 퍽이나 맛있어 보이고 빨리 먹고만 싶어졌다. 그 한심하게만 보이던 밥상이 그렇게도 아름답고 둘러앉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아무리 보잘것없고 초라한 식찬(食饌)이라 하더라도 정다운 사람과 함께 앉아 찬송과 기도를 드리고 성경을 읽고 먹을 수만 있다면 이는 참으로 진수성찬보다 낫고 산해진미를 벌려놓은 것보다도 더 맛이 좋은 것이라고…….
밥통을 여니 좁쌀이 흰밥보다 훨씬 더 많았다. 맛 없을 밥을 맛있게 먹으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돈이 도무지 생기지를 않아서 이렇게 지내시나 아니면 생기는 대로 다 써버려서 이렇게 지내시나, 재령에서 말 한마디로 수천 남녀를 마음대로 웃기고 울리시던, 감히 그 얼굴을 바라보기도 어려웠던 그 성자의 가정생활이 이렇게 궁핍하고 비참한가 생각했을 때 인간세상 어딘가에 큰 결함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한 흥분이 내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그때 그분들은 만나면 찬송이요 모이면 기도에 성경봉독이었다. 그 경건함과 친밀함이 몹시 부러워진다. 절대 놓을 수 없다며 움켜쥔 풍요 에서도 남몰래 숨 막히도록 고독해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사랑의 공동에 아닐까. 선교지든 한국이든 서로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공동체에 몸이 담겨 있지 않다면, 인간은 신자든 불신자든 시들시들 죽어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성도의 할 일은 그런 공동체를 일구고 퍼뜨리고 가꾸는 것이 아닐까.
사랑의 띠로 둘러쳐지지 않은 40,000명의 죽은 모임보다 사랑의 띠가 두르고 있는 4명의 산 모임이 하나님 나라에서는 더 선한 일을 한다.
"비싼 건강식을 먹되 영의 만나와 섬김의 행복은 먹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회개하고, 무엇보다 먼저 영의 양식과 서로사랑으로 배를 채우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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