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령 교회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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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8-21 12:25 조회4,88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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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 오신 날을 분명히 기억할 수는 없다. 하여튼 내가 안 것은 목사님께서 어느 날엔가 자녁차로 오셨던 것이다. 오신다는 시간에 동부교회의 제직들과 신자 여러 사람이 정거장에 마중을 나갔다. 드디어 기다리던 차가 도착해서 손님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차에 있는 손님이 다 내리도록 아무도 목사님을 찾지 못했다. 나왔던 사람들은 실의와 걱정에 휩싸여서 돌아갔다. 그러나 사실은 목사님께서 분명히 그 차에서 내려 여러 사람이 서있는 앞을 지나가셨던 것이다. 그런데도 목사님을 발견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여기에서부터 그는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고 목사님 자신의 용도성(龍道性)이 발휘된 셈이었다.
그날 저녁 목사님의 차림은 누구보다도 초라했다. 검은 무명 두루마기에 중절모자를 쓰고 성경, 찬송이 든 책가방을 든 채로 차에서 내리셨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목사님을 본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왜 못 보았을까? 설명은 간단하다. 그는 배가 나오지도 않았고 좋은 양복을 입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앳된 얼굴에 걸음걸이도 뚜벅뚜벅 어른스럽게, 위풍당당하게 걷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머리를 들고 의젓하게 나온 것이 아니라 마치 학생처럼, 아니 죄인이나 된 것처럼, 어린애같이 가슴을 웅크리고 나오는 모습이 목사 같지도 않았고 더구나 유명하거나, 위엄이 있거나, 당당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재령 동부교회의 첫 종소리는 어둠에 짙어가는 거리에 구석구석 울려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재종(再鐘)이 울렸다. 그러나 집회를 인도할 목사님이 오시지 않은 것이다. 당황한 주최측의 제직들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드디어 교회 담임목사가 단에 나타났다. 오시게 된 목사님이 아직도 오시지 않은 것을 사과하기 위해서이었다. 마침 이때 강대상 아래에 납작 엎드려 있던 낯선 청년 하나가 일어나 앉는다. 곁에 있던 쳥년 하나가 반색을 하며 소리지른다.
"아니, 이용도 목사님 아니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 소리가 삽시간에 온 예배당 안에 번져갔다. 이제야 목사님이 발견된 것이다. 그 청년은 전날 어느 곳에서 잠깐 목사님을 한 번 본 적이 있다는 사람이었다. 이 청년으로 해서 목사님은 단 위에 올라서시게 되었다.
이윽고 이용도 목사님이 나오셨다. 기도, 찬송, 그리고 말씀을 시작했다. 만일 이 목사님의 설교를 한 번이라도 들은 바 있는 사람이라면, 그날 밤 설교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첫날 첫 시간부터 교회 마루는 눈물로 젖어들었다. 목사님 오신 지 2~3일 되는 때부터는 서부교회 교인들도 대부분이 일을 그만두고 가게문을 닫고 낮으로, 밤으로 모여들었다. 학교시간에 빠지고 부흥회에 참석한 성경학교 학생들이 야단을 맞았고 밤새워 기도하던 중학생이 사감에게 들켜 퇴학을 당한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언론기관에 있는 분들, 사회의 유력한 분들도 몰려오고 무슨 주의자니, 무슨 운동가니 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눈물을 흘리며 밤을 새우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 이름난 배OO, 얼굴가죽이 두텁기로 유명한 OOO이가 정신을 잃은 듯이 4~5일 동안이나 마루를 치고 통곡했다는 것은 이적 중에도 놀라운 이적이라고 재령 일대가 떠들썩 했었다. 도깨비가 나온다느니, 밤만 되면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쥐 한 마리 얼씬하지 못하도록 꼭꼭 닫아두던 그 예배당에 목사님이 다녀가신 후로는 새벅 한 시가 되고, 두 시가 되어도 기도소리가 그치지 않고 세 시에도, 네 시에도 통회하는 울음소리가 울려 나왔다. 고요한 밤중에 울려 퍼지는 기쁨의 찬송소리는 재령과 온 한국을 구원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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