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 겸비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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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8-19 22:56 조회4,8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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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호는 이튿날인 1931년 3월 2일 아침, 종이와 붓, 먹을 들고 이용도 목사님 계신 곳을 찾아가 힘이 되고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써주시기를 부탁 드렸다.
그랬더니 붓을 받아 드신다. 그러고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얼마 지난 후 목사님은 준비나 해둔 것처럼 내려쓰시는 것이었다.
이 글을 본 나는 퍽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신앙의 기준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데 이게 무슨 뜻입니까?" 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해 주셨다.
"이 글은 형에게 드리는 글이나 또한 내가 영원히 붙들고 살다가 죽으려는 글이기도 합니다. 여태까지 나의 수양과 노력과 활동은 오직 이 세 가지를 행하는 일이요, 실행해 보려는 노력이올시다.
① 무언(無言) : 이 세상은 말이 많은 세상입니다. 하지 않아도 될 말, 또 남을 해치는 말이 얼마나 많습니까. 자기의 아름다운 뜻을 남에게 전하라고 하나님께서 주신 그 말을 가지고 얼마나 남을 해하고 세상을 망칩니까. 이 세상 사회의 모든 악, 싸움, 그리고 모든 분쟁은 다 이 말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말이 없기를 바라며 또 벙어리가 되기를 위하여 염원하는 바입니다.
② 겸비(謙卑) : 세상은 또 얼마나 교만한 세상인지요. 못 되고도 된 척하고 또 좀 되면 되었노라고 남을 멸시하고 천대 구박하는 바람에 싸움이 생기고 야단이 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가장 낮을 자, 가장 미욱하고 천하고 불쌍한 자가 되어서 더 배우고, 더 얻고, 더 받아들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③ 기도(祈禱) : 기도의 필요성이야 여러 말할 것이 없지요. 나는 모든 부족과 고통과 설움을 주님께 내어 맡기는 길이 바로 기도에 있고 아버지에게서 그 큰 사랑과 위안과 힘과 빛을 얻어 오는 길이 또한 기도를 함에 있으니, 신앙생활에는 오직 기도가 있을 뿐이며 또한 기도 하나로 족한 것입니다.
기도 없이는 살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죽을 수도, 말할 수도, 잘 수도 없으니 주를 믿는 자는 그저 기도 하나가 생활의 전부가 되어야겠습니다. 물 없이는 고기도 살 수 없고 공기가 없으면 몇 분 동안도 우리의 육체가 살 수 없음 같이 기도 없이는 우리의 영이 1시간이나 몇 분 동안도 살 수 없음을 깨달아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어느 때, 어느 곳에서라도 우리는 그저 기도를 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설명을 마치더니 조용히 엎드리신다.
"주여, 이 청년의 마음을 살피사 이 시간에 그를 붙들어 온전한 주의 종이 되게 하옵소서. 완전히 붙드사 당신의 포로가 되게 하옵소서.
그의 몸은 많은 고생으로 지치고 마음은 오래 동안 헤매었습니다. 그러나 주여, 지금 그에게 은혜를 베푸사 그 몸과 마음이 이 자리에 엎드릴 수 있게 하셨으니 이 시간에 그를 꼭 붙드사 아버지의 사슬에 영원히 매이게 하시고 이제 다시는 아버지를 멀리하는 길에 그 발을 들여놓지 않게 하옵소서.
인생이 몇 날입니까? 살면 얼마나 살겠나이까? 인생의 낙이 무엇이고 낙을 누린다면 그것이 몇 푼어치나 되겠나이까? 헛되고 헛된 인생의 꿈을 찾아 끝없이 방황하는 것보다도 주의 포로가 되어 주의 곁에서 하루를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요, 은총임을 알게 하옵소서.
다 죽었던 그 몸을 살리신 주님께서 그를 살펴 쓰실 곳이 있을 것이오니 이제 그에게 당신이 세우실 장소를 알게 하시고 그로 하여금 아버지를 향하여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옵소서.
벌써 죽어 흙이 되었을 그 몸뚱이, 또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는 그 몸이 주저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통째로 얻은 그 몸, 통째로 주께 다 바칠 수 있게 하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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