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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호가 이용도를 만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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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8-18 12:20 조회4,8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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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수군거리고만 있던 제직과 본 교회 목사는 생각 끝에 통변자(通辯者)를 세웠다. 이 목사의 몸짓과 입의 움직임을 자세히 지켜본 후 통변자의 호박, 참외 맛 같은 통변이 나왔다.

   그러나 가슴을 졸이고 있던 군중들은 혹시나 이 목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지지나 않을까 애태우기만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도 듣고 싶어하던 목사님의 음성은 결국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예배는 그대로 끝나고 만 것이다. 설교 시간은 약 2시간.

 

   예배가 끝난 후 나는 직분을 맡고 있는 분을 만나 물었다.

   "약이라도 좀 써보도록 하지, 왜 그렇게까지 목이 쉬도록 내버려 두었습니까?"

   "여러 가지 약도 권해 보았지만 도무지 쓰시지 않고 하시는 말씀이 '내가 말을 못한다면 그것도 주님의 뜻일 것입니다. 말을 못하게 하여 당신의 역사를 나타내시려는 것이니 구태여 약까지 쓸 필요가 있겠어요' 하시지 않아요."

   나는 이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말을 못하게 하고서 당신의 역사를 한다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를 어떻게 역사를 하게 한단 말인가. 무언지 모르는 것이 가슴에서 철렁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내 머리는 몹시도 어수선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방에 들어와서 가만히 누웠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음속으로부터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다. 정말 간절히.

   '주여, 그의 목을 열어 주소서. 그 입이 말을 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이 기도는 참으로 내가 이 세상에 나서 처음 드리는 남을 위한 간절한 기도였다. 나는 기도를 올리고 또 올렸다. 얼마 후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종이를 찾아 글을 썼다. 기도문이었다.

 

   목사님의 목이 열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 음성이 항상 맑기를 빕니다. 또한 몸이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목사님이 이 세상의 마지막 시간을 맞을 때 부족한 저를 꼭 부르시도록 기도합니다.

 

   나는 이 글을 들고 목사님이 머무르고 있는 곳을 찾아 달려갔다. 그런데 그곳에 갔을 때 목사님이 계신다는 방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계시지 않나 보다 생각하면서 방을 들여다 보았더니 목사님이 소리 없이 앉아계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들어서서 공손히 인사했다. 때는 2월말, 아직도 차가운 겨울인데 방문을 열고 계시는 것은 웬일인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을 하시지 않는가. 폐가 약해서 공기를 통하게 하기 위하여 항상 문을 열어놓고 주무신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다면 목사님이 폐병에 걸리셨단 말인가.

   나는 나의 지난 이야기를 간단히 드리고 목사님도 내게 몇 마디 말씀을 하여주셨다. 나는 일어서면서 내가 써 온 기도문을 목사님께 드리면서 말했다.

   "목사님, 목이 꼭 나으셔서 오늘 밤에는 말씀을 들려주세요."

   목사님과 나는 굳게 악수하고 헤어졌다. 해가 기울고 밤이 되었다. 그러나 목사님의 목은 여전히 낫지 않는다고 걱정들이다. 만일 안되면 할 수 없이 밤 집회를 중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는 말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서서 손짓, 몸짓이라도 하겠다고 주장하셨다.

   드디어 밤 집회가 열렸다. 목사님께서 단에 나타났다. 목사님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러나 나의 온 신경은 귀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역시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오직 손짓, 몸짓만 계속될 뿐이었다. 어느덧 온 몸은 땀에 흥건히 젖어 들었다.

어느 틈엔지 눈은 눈물로 가득 찼다. 왠지 나의 가슴은 바짝 타 들어온다.

   "목사님, 거기서 죽으시렵니까?"

   그런데 얼마가 지났을까, 가느다란 말소리가 한 마디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온다. 조금 있다가 또 한 마디가. 말소리가 점점 커진다. 마침내는 목이 콱 열리고 쏟아지는 물처럼 거침없는 열변을 토한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다. 왠지 모를 눈물이 그냥 흘러내릴 뿐이었다. 나는 너무나 감사했다.

   "주여, 감사합니다. 그의 목을 열어 나의 귀에 그 목소리를 들려주시니, 주여, 감사합니다."

   나는 이때에 처음으로 진정한 감사의 기도를 하나님께 드려 보았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밤새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의 연약한 모습, 병색이 짙은 얼굴이 눈앞에 나타나곤 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병약한 몸을 이끌고 저토록 땀과 피를 쏟으시는 것인가.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문을 닫지 못하고 지내는 그분이, 수천명이나 확 들어찬 그 더러운 공기를 마시며 설교를 ㅡ 그것도 3~4시간씩이나 하시는 걸까. 목이 찢어지고 마지막 한 방울 땀까지도 쏟으시며 가죽이 뼈에 꼭 달라붙기까지.

   '오, 무엇을 위해 그리 하십니까. 도대체 누구를 위해…….'

   내 가슴은 터질 것만 같고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나의 이 눈물은 하늘나라를 생각하여서도 아니었고 그 옛날의 골고다를 생각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목사님의 그 처절한 몸부림과 안타까워하심에 대한 것일 뿐이었다. 나는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며 남달리 완악했던 내 심령을 깊이 뉘우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몹쓸 몸도 버리지 않으사 주께서 이와 같은 사자를 내게 보내주심에 깊이 감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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