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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며 잠든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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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7-22 23:50 조회4,5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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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도수는 이후 억성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때는 1930년 1월 11일 주일, 몹시도 추웠던 그날로 돌아간다.

 

   그날 밤 시무언이 교회에서 돌아왔을 때 아이와 여관의 사환인 경종이 같이 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경종이 아이의 머리를 깎아놓았다. 시무언은 생각했다.

   '아, 네 맘에도 그리스도의 영이 거하시는구나.'

   23세쯤 되는 경종은 소학교를 4년 다녔고 한동안 교회도 나갔으나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었다. 그후 5~6년 동안 임금이나 옷도 받지 않으며 이 여관에서 일해왔다. 시무언이 "왜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가?" 하고 물었으나 그는 "이곳에서 많은 은혜를 입었으므로 여기 있으면서 갚아야 합니다" 하고 답했다.

   "이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항상 그렇게 받아들이기를 바라네"라고 하며 시무언은 그에게 자신의 저고리와 내의를 주었다.

   "육신은 고난 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을 믿는 자에게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은혜와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멘."

   이 목사와 억성이는 며칠 동안 은혜 안에서 함께 먹고 자고 기도했다. 이 아이는 시무언을 마스코트처럼 따라다니며 시중을 들거나 심부름할 거리를 찾았다. 시무언도 이 아이가 할만한 작은 일들을 생각하곤 했다.

   매일 아침 아이는 방을 청소하고 가끔은 편지를 부치거나 시무언이 외출하려 할 때는 그의 신발을 문 앞에 갖다 놓곤 했다.

   시무언이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그의 경성 집에 여분의 방이 있거나 주위에 여유 있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아이를 데리고 올라가려 했다. 그러나 그럴 처지가 안 되므로 그는 아이를 경종에게 맡기고 2엔을 주면서 영구 거처가 마련될 때까지 아이를 그의 누이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짐을 싸는 동안 아이는 옆에 다가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도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시무언의 마음은 참을 수가 없었다.

   '아, 나는 이 아이를 버려야만 하는가? 목자가 양을 버린단 말인가? 위대한 목자이신 주님처럼 양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이 아이에게 '난 너를 버리지 않겠다'하고 말할 수 있으면……. 오 주여, 우리가 헤어지지 않게 하옵소서. 아멘.'

   많은 군중이 역에서 시무언을 환송했다. 그 와중에서 그는 억성이를 보지 못할 뻔했다. 갑자기 뭔가가 그의 두루마기를 비벼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불쌍한 아이가 그의 외투 자락을 붙잡으며 눈물을 글썽인 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추운데 뭐 하러 나왔니? 어서 돌아가거라."

   시무언은 타일렀다.

   대꾸없이 아이는 시무언의 부드러운 두루마기 자락에 머리를 묻었다.


   그리고 나서 한 달 내내 시무언은 억성이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경성의 고아원에 자리를 마련했다. 시무언은 억성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옥천에 내려가 그를 만나서 데려오기로 했다.

   그러나 만나지 못했다. 경종이 와서 말하기를 누가 가서 데려오기로 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시무언은 그의 양을 데리고 오지 못한 채 슬피 홀로 돌아왔다.

   하루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2통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2통 모두 경종으로부터 왔다. 먼저 한 편지를 읽었다.

 

 

   억성과 같이 있는데 아파서 경성까지 데려갈 수 없겠습니다.


   다음 편지를 읽었다.

 

   목사님께,

   하나님의 은혜가 목사님과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억성이가 어제 죽었습니다.

 

   시무언은 나머지를 읽기가 힘들어 눈물을 닦으며 간신히 읽어 내려갔다.

 

   저는 억성이가 죽는 날까지 같이 있다가 오늘 시신을 내어다가 산자락에 묻었습니다.

 

   3일 후 경종은 서울에 왔다. 그는 억성이를 여관으로 데리고 오는 바람에 여관에서 해고되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100마일이나 되는 길을 걸어서 시무언에게 왔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힘들었던 긴 노정에 대해 얘기하기보다 죽은 아이에 대한 슬픔으로 깊은 상념에 빠졌다.

   "그 아이는 너무 차가웠어요. 먹지도 못하고 그냥 죽어버렸어요."

   경종이 짧게 말했다. 가책이 시무언의 마음을 삼켜버렸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긴 양을 나는 버렸다. 오 주여, 언제나 저는 한 번이라도 당신이 했던 사랑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제 설교는 말뿐입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은 누구라도 이런 설교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주님과 같은 사랑을 할 수 있겠습니까? 오 주여, 저는 진정한 사랑의 설교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수천 마리의 양들이 억성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채웠고 사랑을 역설하는 시무언의 설교는 곧 절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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