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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을 덜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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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7-20 12:54 조회5,1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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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 제3일

   이불 속에서 잠이 깨니 고양(孤羊)은 곁에서 바스락거리며 노래인지 혼자 지껄이고 있다. 귀여운 생각이 나서 돌아본즉 머리만 내어 놓고 장난하는지라.

   "춥지 않았니?"

   "아니요, 등골에서 막 땀이 흐르던데요."

   "오, 그럼 덥게 잘 잤구나."

    나는 돌아누워 다시 잠이 들락말락 하는데 고양은 일어나서 부스럭부스럭 이불을 개고 포대기를 개여서는 발치에다 갖다 놓는다. '오, 착하고 진실한 양아' 하고 속으로 중얼댔다. 조반 때라. 마주 앉아 조반을 먹고 아침예배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의 긍휼과 겸비를 배우자고 설교한 후 돌아온즉 고양은 혼자 웅크리고 포대기 밑에서 자는지라. 오, 귀여운 양아.

   주문했던 옷을 가져왔다. 양말과 조끼까지. 그 값은 우리 교인들이 내도록 허락하여 달라고 전도사가 간청함으로 쾌히 허락하고 감사하다. 조끼는 재봉소 주인이 동정하여 주었다. 저희들도 주의 긍휼과 자비를 배웠음을 감사하였다. 입히니 새 사람이 되었구나.

   "억성아, 나, 오늘은 밥 얻어다가 나를 먹여라."

   나를 쳐다보고 빙긋,

   "밥 얻어 와요?"

   "그래야 둘이 먹지. 얻어 오겠니?"

   "네, 얻어와요" 하고 웃는다.

   나는 저를 보고 빙그레 웃으면 저는 나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아, 여기가 참 좋은 세상이로구나.

   우동을 점심으로 가져왔길래 서로 한 그릇씩 가지고 먹는데 고양이 어쩐 일인지 나에게 자기의 것을 덜어주는지라.

   "왜 그러니?"

   이상하여 물었으나 저는 말없이 빙그레 웃으면서 우동을 자꾸 덜어 놓는다. "아서라"고 말리어서 저를 먹게 하다. 아, 이는 저가 나를 공경하는 표였다. 이는 저가 나를 크게 대접하는 것이었도다. 오, 그 귀여운 마음 그대로 자라갈지어다.

   저녁예배에는 점점 성령이 임함이 있는 듯하였다. 저희들 중에는 참된 은혜를 받지 못함을 애석히 여기는 자가 많은 듯하였다. 불, 생명, 빛, 힘, 저희에게 있기를 바란다. 예배 마친 후 기도할 자 남아 있으라 할 때 전부 남아있었다. 기도의 의의를 설시한 후 같이 기도하다. 폐회 후에 주님께 간절히 기도를 올리었다. 전도사도 자복 기도하다.

   여관에 온즉 고양의 헝클어진 머리를 여관집 소사(小使)가 깎아주고 둘이 않아 노는 것을 보았다. 머리를 깎아놓으니 면목우신(面目尤新)이라. 더욱 귀여웠다.


1931년 1월 11일 (일) 몹시 추움

 

 

   영동 제4일

   어째 뜨거운 성의(誠意)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기도도 잘 안되고. 아마 너무 추운 것이 한 이유도 되려니와 너무 육신으로 생각하는 것과 미리 기도가 없었음이 큰 원인인 것 같다. 저희들도 그렇고 나도 그러했으니 어찌 큰 은혜를 받을 수가 있으리요.

 

   주님이시여, 재령에 역사해 주옵소서. 거기 가서는 신령한 성신만이 역사하시옵소서.

   나는 어린아이요, 미련한 자로소이다.

1월 12일 (월) 몹시 추움

 

 

   영동 제5일

   강습회보다 사경(査經)과 부흥회로 모이어 신령한 은혜만 받기로 했던들 더 큰 은혜가 임하였을 것을. 가련한 일이다. 장로교에도 이렇게 기도가 없었던가!

   아, 조선의 교회는 장감(長監)을 막론하고 그 정지가 가련하였구나. 저희가 기도를 몰랐으니 어디 가서 신비한 은혜에 접할 기회가 있었으랴!

 

   오 주여, 저희들에게도 기도를 가르쳐 주옵소서.

 

   오전 기도회 시간에는 히브리서 12장을 읽고 우리가 곤란을 당할수록 더욱 주를 의지할 이유를 설시하다.

   억성이를 어찌했으면 좋을까 염려가 끊이지 않는다. 데리고 갈까, 고향으로 보낼까?

 

   주여, 지시하옵소서. 아멘.

 

   주일학교 동화대회가 있었다. 최석주 형과 내가 비평원(批評員)이 되어 내가 평을 했다. 아이들이지만 참으로 이야기를 잘하는 것이었다.

1월 13일 (화)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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