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불구자 되기를 소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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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9-23 23:31 조회5,05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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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얻은 새집에 와서 곤한 몸을 쉬고 6일에 출근하다.
1931년 5월 5일 (화)
나는 다시 아내의 시중을 받게 되었다. 나의 육은 도움을 받는다마는 나의 영은 다시 신고(辛苦)의 잔을 마시지 않으면 안될 것이로다. 그것은 저는 육에 속한 사람이요, 나는 영에 속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는 지상에서 행복을 바라는 자요, 나는 지상의 복을 버리고 하늘 위에 살려 하는 자임이로다.
하여간 주여, 나를 이끄사 어떠한 모양으로든지 당신의 십자가를 체험하게 하시옵소서. 나는 말없이 그 잔을 마시리다.
오 주여,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옵니까. 말라빠진 신조(信條)와 고목이 된 교리를 전하며 이것이 주님의 일이라 하여 녹(祿)을 받아 먹고 살아가는 대제사장의 직분을 하고 있나이다. 나는 부모와 처자와 친구와 제도와 조직의 종이 되어있나이다. 저희의 종 노릇을 하려고 애쓰고 있는 자식이로소이다. 그러므로 나는 주를 만나지 못하나이다.
오 주여,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주님은 너무나 천한 주님이시었나이다. 너무나 무력한 주님이었고 너무나 비근(卑近)한 주님이었나이다. 오 주여, 나를 긍휼히 여기사 고귀한 당신의 형상을 보게 하여주옵소서. 당신의 깊음을 체험하게 하여주옵소서. 당신의 높음, 당신의 넓음에서 당신의 사랑을 맛보게 하여주옵소서.
오 주여, 나로 하여금 모든 것을 끊어 버리고 다만 당신과 당신의 십자가 밖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불구자를 만들어 주옵소서. 아멘.
오 주여, 나는 아직까지도 사업욕에 잡히어 있사옵니다. 나를 아주 죽여주시옵소서.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다른 것은 생각도 못하는 참 병신으로 만들어 주옵소서.
1931년 5월 7일 (목)
예수님, 저를 향한 주님의 한없는 사랑은 어떤 생각도 닿을 수 없고 어떤 혀로도 말할 수 없나이다. 저의 감사의 마음을 주님께 묶으시고 홀로 제 마음을 주관하옵소서. 주님만, 온전히 주님의 삶을 따르고자 제 몸을 온전히 주님께 드립니다.
주님의 순결하신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제 영혼에 거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의 사랑이 저를 온전히 소유하게 하시고 저의 기쁨, 저의 보물, 저의 면류관이 되소서, 모든 냉랭함을 제 마음에서 몰아내시고 모든 행동과 말과 생각이 사랑이 되기를 간구하나이다.
오, 사랑이여! 그대의 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든 공포, 그대 앞에서 사라지고 그대의 놀라운 빛이 일어나는 곳은 어디든지 근심, 걱정, 슬픔이 없어지네.
오, 주님! 주님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말고, 바라지 말고, 구하지 말게 하소서.
주의 사랑이 고통 중에 저의 평안이 되소서. 주의 사랑이 약함 중에 저의 힘이 되소서. 인생의 파도가 멈추는 날 주님, 그 중대한 순간에 삶에서와 같이 죽음에서도 저의 안내자가 되어 주시고 저를 구원하소서.
이는 웨슬리의 기도다. 이용도의 기도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당신과 당신의 십자가 밖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불구자를 만들어 주옵소서"(이용도)와 "주님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말고, 바라지 말고, 구하지 말게 하소서"(웨슬리).
웨슬리는, '내가 주님 외의 것을 보고 바라고 구할 수 있다 해도 그렇게 하지 말게 하소서'라는 기도요, 이용도는, '내가 다만 주님과 그 십자가 외에는 알지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불구자가 되게 해줍소서'하는 기도니, 이용도는 더욱 격정적이고 결사적이다.
믿음의 거장들은 왜 이렇게 기도했을까? 그것이 나의 기도가 된다면 내 하루는 어떻게 달라질까? 우리 민족과 교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동아시아와 세계가 어떻게 달라질까? 하나님의 나라는 또 어떠할까?
"주님과 주님의 십자가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보거나 듣지도 못하는 그러한 불구자 되기를 소원하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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