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을 고민하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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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4-05 11:57 조회5,4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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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씨에게
인왕산 뒷골에 처사(處士)같이 자리를 정하고 소란한 도시의 인연을 끊으니 일종 수도원 생활의 감이 없지 않소이다. 산 좋고 물 좋고 또 돌도 좋고 예배당도 좋으니 친애하는 형제와 자매들과 그 속에서 같이 하고 싶으외다. 예진 형 댁이 이제쯤은 옮기어졌을 터이고 <신앙생활> 사무실도 어디로 이전이 되었을 모양인데.
정처 없이 '이리저리'가 우리의 육적 생활이고 정처 없이 '여기서 저기서'가 우리의 일이었는가. 그렇다. 아무데로 가든지 주의 집에 산다는 사실만은 변함 없을 것이요, 어디서 일하든지 '주와 같이 주의 품안에서……'가 우리의 일이었느니라.
예진 형이 신암교회에서 시무하시는지? 저를 버리는 곳은 어디며 또 남이 버리는 자를 영접하는 자는 그 누구인고? 전자는 무슨 마음이며 후자는 또 무슨 심정인고? 하여간 버림을 받아 서러워할 것도 없고 영접을 받아 기뻐할 것도 없을 일이니, 다만 오나 가나 성의에만 살아 족할 것이었느니라.
바람 한번 지난 후 바다는 조용하지 않았고 우리 형제들의 움직임이 있는 곳에 교회는 무사치 않았구나.
성신의 동풍이 한번 일어나매 죽은 듯이 잠들었던 심령은 깨어 일어나 바다같이 들끓었구나.
사람아, 네 어디로 가느냐? 이 바람의 방향대로 네가 가려느냐? 네 길이 순탄할지어다. 이 바람을 거슬려 네 가는 곳이 어디였느냐? 역류역풍(逆流逆風)의 네 영의 작은 배야. 성신을 거슬려 네 영의 평화가 있을까. 이 바람을 뜻 있어 받을 자는 받을지어다. 이 바람은 곧 심령을 들추어 놓는 하나님의 말씀이었나니, 이 말을 귀 있어 듣는 자는 들을지어다.
이제 나는 형제에게 권하노니, 너는 아무것도 되려 하지 말지어다. 네가 무엇이 되어 필요할지, 아니 무엇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세우지 말지어다. 하나님은 벌써 너에게 대한 충분한 설계와 심산(心算)이 있었나니, 너는 다만 전체를 그에게 맡기고 다만 그가 끊임없이 너에게서 일하시기만 기다릴 것이었느니라.
주께서 충분히 주무르시어, 무엇이든지 너는 되지 아니치 못하리니, 그때에 무슨 이름이 명명될지 알 자가 없었느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될지 알지도 못하는 흙덩이를 갖다 놓고 스스로 이름을 지어 붙여 가지고 나는 이것이 되겠다 하는 자여, 네 얼마나 어리석은 자임을 알지 못하겠는가. 너는 될 대로 되리라. 무엇이든지 하나 되리라.
주께 완전히 맡겼으면 주의(主意), 그 정신을 나타낼 무슨 그릇 하나는 분명히 될 것이니라. 혹 목사, 장사꾼, 직공, 걸인, 미치광이 전도자, 아무개 아버지 혹 아무개 어머니, 최 권능, 염병 같은 놈, 무교회주의자, 이단자, 죽일 놈…… 그 외에 많은 이름.
무엇이든지 주께로부터 너에게 오는 이름 하나를 허락하시고 그 이름을 통하여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실 것이라.
그런고로 너는 아직 무엇이 될지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것이었느니라. 지금에 너는 무엇이 되려고도 말고 무엇을 바라지도 말라. 다만 전체를 주께 맡길 따름이니라. 그리고 끊임없이 주의 손의 가공을 받아 묘할 것이었느니라.
(계속됨)
오늘날 청년들은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럼 비전이란 무엇일까? 고상하고 특수한 의미를 담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까'에 대한 기대 반 불안 반의 미개봉 상자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에 더 높고 근사한 것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행여 하나님께서 낮고 천한 것을 말씀하시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그렇게 하시지는 않으리라' 설마도 해본다. 이용도는 여기에 대해 무어라 하는가?
"아무 것도 되려고 하지 마시오. 무엇이 되게 해달라고 요구하지도 마시오. 다만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그분이 그대를 맘껏 주무르시도록 하시오."
이유는, 하나님께서 뜻을 '친히' 그리고 '벌써' 가지고 계신 까닭이다. 시간의 배에 태워진 인간은 언젠가 어디에 도착하지 않을 수 없다. 전능하신 섭리자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그가 날 위해 '무엇'을 예비하셨음을 믿을 수 있고, 선하신 아버지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 '가장 선한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 어떤 이름으로 영광 받으실지는 오로지 그분의 몫이다. "무엇이 되려고도 말고 무엇을 바라지도 말며, 다만 전체를 주께 맡기고 따르라"는 이용도. 주께서 날마다 보이지 않게 나를 빚어가고 계심을 기억하고 이제는 갑갑한 '비전의 미궁'에서 나와 상쾌한 공기를 쐬며 오늘 하루 땀나게 일해보는 편이 어떨까?
"주님, 오늘도 이 몸을 전체로 주님께 맡기오니 제게 주어진 일을 주님께 하듯 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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