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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점점 깊숙이 뻗어오는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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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1-16 23:01 조회5,7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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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진 형님,

   형님의 편지를 읽는 나의 입은 웃음으로 벌어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비난하는 어른들에 대한 코웃음인지, 몰리는 자로써 이도 십자가라 하여 예상하였던 대로 이루어 감을 느끼는 만족의 웃음인지 얼른 설명할 수 없었으나 여하간 웃으면서 그 글을 보았습니다. 실상은 외계의 공격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주 앞에 가까이 가노라는 소위 기도한다는 우리의 내용이 은혜에 넘치지 못함이 한(恨) 될 뿐입니다.

   세상은 이제 할 수 있는 최선의 힘을 다하여 핍박할 것입니다. 이는 저희들이 당연히 할 바입니다. 우리는 그를 염려할 것이 아니라 다만 신앙하고 다만 소망하며 인내로서 나갈지니 찬송하며 기도하며 더 가까이 나아갈 것입니다.

   아주 몰리어서 산에서 집회하고 거리에서 외치게 되는 그날이 오면 주는 크게 영광을 받으시겠지요. 우리는 입을 봉하고 잠잠할 것입니다.

   시무언! 이 말은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말 없는 것이 옳다.' 세상이 하는 대로 버려두고는 그냥 우리는 주께 돌진하여 사명만 다합시다. 기도할 때 기도하고 전도할 때 전도하고 충분히 자유롭게 움직입시다. 그러나 저희들을 너그러이 용납하고 깊이 동정합시다. 우리들은 아직도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야 될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됩니다. 송창근 형의 편지의 일절.


   이곳 와서 기도하시는 형제와 자매들을 많이 보았나이다. 세상이 저들을 시비하고 누르고 메칠지라도 하나님의 사랑을 도맡아 놓고 받는 저들임을 분명히 믿습니다. 복이 이르옵소서. '어리석다'하는, '약하다'하는, '무식하다'하는, 저들에게 복이 오시옵소서. 아멘. 아멘.


   송 형이 평양에 가시게 된 것은 우리를 위하여 복이나 저들을 위하여는 장차 화근이 안될는지. 나는 송 형이 그곳에 계심으로 퍽 마음이 놓이고 든든합니다. 우리는 송 형을 육으로 돕고 영으로 그에게 도움을 입어야 되겠습니다.

   이제 앞으로 주의 허락하시는 대로 송 형과도 한번 만나게 될 줄 아오며 만나는 대로 합심하여 성의에 복역할 도움이 생길 줄 믿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의지하거나 믿는 것은 아니지요. 송 형의 편지의 다른 일절.


   우리 있는 데 와서 몇 날 쉬어 가라고 하고 싶은데 이곳 형제와 자매들이 너무 기다리는 모양이 오기만 하면 나는 구경도 못해볼 것 같아서 내가 한번 가서 전후사(前後事)를 의논하고 이후부터는 좀더 쓸 데 있는 전도인이 되고 싶으외다.


   아, 경외하는 형님. 존경할 선생님이외다. 아, 늘 모시고 싶은 선생님. 어서 가서 뵙고 싶지만, 언제 기회를 보아서 한번 가겠습니다.

   아, 인형(仁兄), 나의 영의 가련함을 뉘 알리요. 빈약한 나의 영. 그러나 주 나를 버리시지 않으실지라. 그런대로 따라갈까 합니다.

   아주 미칩시다. 예수에게 아주 미쳐 물불을 헤아리지 않는 성광(聖狂)을 이룹시다. 무언, 겸비, 기도, 노동, 전도, 찬송 이런 것이 우리의 일이외다. 핍박은 점점 더 할 터인데 영들이 연약하니 어이할꼬. 그저 부르짖읍시다. 매달려 밤이 맞도록 부르짖읍시다.

   5월까지 경성에서 복역(服役)할 일정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

4월 20일

 

 

   평양의 김인서만 아니라 김예진도 평양노회의 결의를 두고 이용도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현 상황에 대한 이해 가운데 이용도의 편지를 거울로 삼으면 그 내용을 어느 정도 미루어볼 수 있다.

   김예진의 편지에는 '젊은' 이용도와 그 무리들을 "비난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평양노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어느 어른들이다. 기도단 조사위원회가 그들이었을 것이다.

   이용도는 자신이 점점 몰림에 따라 자기와 함께하던 이들에게까지 '최선의 힘을 다한 핍박'이 미칠 것을 예상한다. 이용도를 버리지 않는 이상은 그들도 버림을 받게 될 것이라는 듯.

   "제자가 그 선생 같고 종이 그 상전 같으면 족하도다 집주인을 바알세불이라 하였거든 하물며 그 집 사람들이랴"(마10:25).

   이용도는 찬찬히 앞을 내다본다. "아주 몰리어서 산에서 집회하고 거리에서 외치게 되는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용도만 아니라 이용도를 따르는 무리들에게도 그날은 전에 없던 환란의 날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날에는 주께서 크게 영광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유가 무얼까? 어떻게 그들의 고난 받음이 주님께는 큰 영광이 된다는 말인가? 심지어 적대자들을 "너그러이 용납하고 깊이 동정"하자고 하는데, 이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무지 세상 사람들의 말 같지가 않다.

   이용도는 평양 산정현교회로 간 송창근 이야기를 한다. 그는 이용도의 친우요, "기도하시는 형제와 자매들"도 몹시 좋게 여기고 있다. 이용도는 "송 형이 평양에 가시게 된 것은 우리를 위하여 복이나 저들" 즉 그 "비난하는 어른들"을 위하여는 "장차 화근"이 안 될는지 염려하면서, 송 형이 평양에 있음으로 퍽 든든하다고 한다. 물론 이들의 연합은 한국교계에 큰 유익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세상은 자기들이 하는 대로 버려두고는 그냥 우리는 주께 돌진하여 사명만 다합시다. 기도할 때 기도하고 전도할 때 전도하고 충분히 자유롭게 움직"이자는 기상도 좋다.

   그런데 이는 순진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어른들"은 이용도와 그 무리들이 주께 돌진한다는 것이니, 사명을 다한다는 것이니 따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자들이기에, 할 수 있는 모든 힘으로 그들을 저지할 것이니 말이다.ㅡ이 30대의 젊은 피가 여기로 저기로 튀지 못하도록. 이번 사건은 그 신호탄일 뿐이다. 심지어 이 젊은이들은 그 어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하는 겸비함을 갖고 있다 해도, 이런 예의도 소용없는 순간이다. 그 어른들이 바라는 것은 그들의 세상이요, 그들의 세상 안에서는 이용도 같은 분자가 날뛰어서는 아니 되고, 이용도와 함께해서도 아니 되니! 오, 연인의 사랑보다 더 집요한 종교가들의 질투라!!

   이용도는 이런 상황에도 계속 무언, 겸비, 기도, 노동, 전도, 찬송을 하자고 한다. 핍박은 압력을 점점 높일 것이나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이 상황에서는 바보 같은, 어리석고 쓸데없는 짓이었던가……. 혹 이용도는 생각하는 걸까, 우리는 우리의 일만 다할 뿐 세상이 죽이고자 하면 죽어주면 되는 것이라고? 그것이 예수따름이요, 이기는 믿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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