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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화난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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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5-06 22:45 조회5,0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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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난 농부

 

 

   저희의 마음밭은 황폐한 토지

   가시덤불, 엉겅퀴, 돌무더기들

   갈려 해도 갈 수 없고 씨도 뿌릴 수 없어

   오ㅡ한 푼 값도 없는 묵정이황토

 

   그렇다고 그대로 버릴 수 없어

   파 일구어 본다고 손들고 나서니

   의기야 생각이야 좋지만

   오ㅡ농부야, 어이할 거냐

 

   팔 다리 걷고 나서 한 몸 바치니

   돌에 채이고 가시에 찔려 성한 데 없네

   가시에 손발 찔려 피 흐르는데

   엉겅퀴에 머리까지 찢기도다

 

   불을 다 놓았더니 찌르던 가시

   쥐어뜯던 엉겅퀴도 다 없어졌네

   보기에는 그럴듯한 땅이 됐지만

   속에 크고 잔돌이 또 문제로다

 

   일일이 주워내니 연약한 농부

   손톱 발톱 하나도 성한 것 없고

   허리는 쏘고 아파 일지 못하니

   오ㅡ묵정밭은 옥토 되고

   농부는 죽어질 듯

 

   그래도 기를 쓰고 심어 가꾸었으나

   크지도 자라지도 않는 듯하여

   농부는 거름 주고 정성껏 김맸건만

   꽃 볼 날 열매 볼 날 아득할 뿐이어라

 

   포도가 열린단다 포도가 열려

   10년 공적 그 수고 헛되지 않아

   열매 익을 가을이라 포도를 보니

   오ㅡ그러나 무슨 포도 그 모양인지

 

   참 포도 바랬더니 이 꼴 좀 봐요

   쥐똥 같은 산 머루만 달려 있을 뿐

   불질러라 포도동산 태워버려라

   오ㅡ농부의 진노는 당연한 것이러라

 



   배경 : 충분한 시간이 지나도 열매가 없는 신앙에 대한 문제의식. 1931년 10월 29일 (목)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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