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화난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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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5-06 22:45 조회5,07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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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농부
저희의 마음밭은 황폐한 토지
가시덤불, 엉겅퀴, 돌무더기들
갈려 해도 갈 수 없고 씨도 뿌릴 수 없어
오ㅡ한 푼 값도 없는 묵정이황토
그렇다고 그대로 버릴 수 없어
파 일구어 본다고 손들고 나서니
의기야 생각이야 좋지만
오ㅡ농부야, 어이할 거냐
팔 다리 걷고 나서 한 몸 바치니
돌에 채이고 가시에 찔려 성한 데 없네
가시에 손발 찔려 피 흐르는데
엉겅퀴에 머리까지 찢기도다
불을 다 놓았더니 찌르던 가시
쥐어뜯던 엉겅퀴도 다 없어졌네
보기에는 그럴듯한 땅이 됐지만
속에 크고 잔돌이 또 문제로다
일일이 주워내니 연약한 농부
손톱 발톱 하나도 성한 것 없고
허리는 쏘고 아파 일지 못하니
오ㅡ묵정밭은 옥토 되고
농부는 죽어질 듯
그래도 기를 쓰고 심어 가꾸었으나
크지도 자라지도 않는 듯하여
농부는 거름 주고 정성껏 김맸건만
꽃 볼 날 열매 볼 날 아득할 뿐이어라
포도가 열린단다 포도가 열려
10년 공적 그 수고 헛되지 않아
열매 익을 가을이라 포도를 보니
오ㅡ그러나 무슨 포도 그 모양인지
참 포도 바랬더니 이 꼴 좀 봐요
쥐똥 같은 산 머루만 달려 있을 뿐
불질러라 포도동산 태워버려라
오ㅡ농부의 진노는 당연한 것이러라
배경 : 충분한 시간이 지나도 열매가 없는 신앙에 대한 문제의식. 1931년 10월 29일 (목)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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